김영호 시인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김영호 교수님께서 문학아카데미와 계간 <문학과 창작>에 2016년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에> 선정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문학아카데미(대표: 朴堤千)와 계간 『문학과창작』이 제정한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심사위원회는 2016년도 수상자로 하영 시인의 「명화 한 점」 외 2편과 김영호 시인의 「머킬티오도서관의 사계」 외 2편을 선정하였다.
한국시인작가협의회와 <문학아카데미 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추천, 선정하는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시인들은 2002년 제정 이래 시류에 상관없이 독자적인 작품의 일가를 이룬 시인 중에서도 인품을 제일의 덕목으로 삼아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시인들이다. 이번에 수상하시는 하영, 김영호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위의를 지키며 일생동안 시에 정진해오신 분들이다.
심사위원들은 하영 시인의 수상작에서 “따듯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한국화의 한 장면”으로 재생해내는 서정시의 본령에 주목했다. 아울러 김영호시인의 수상작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합일과 유쾌한 상상력”을 펼치는 글로벌한 시각을 평가했다. 두 분 수상시인께 축하를 드린다<하영 시인 약력>
경남 의령 출생. 마산여고, 창신대(昌信大) 문예창작과 졸업. 1989년 계간 『문학과 의식』 신인상으로 등단. 2000년 <아동문예문학상> 수상으로 동시등단. 시집: 『너 있는 별』 『빙벽 혹은 화엄』 『자귀꽃 세상』 『햇빛소나기 달빛반야』 등. 동시집 :『참 이상합니다』 인도순례기 :『천축 일기』, 남명문학상, 마산시문화상, 경남아동문학상, 시민불교문화상 등 수상.
<김영호 시인 약력>
충북 청원 출생. 한국 외국어 대학 영어과 졸업.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 수학.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졸업(석사1991년 등단, 숭실대 영문과 교수(영미시, 비평). 미국 하와이 주립대 초빙교수, 워싱턴 주립대 교환교수. 시집 『당신의 초상』 『무심천의 미루나무』 『잎사귀가 큰 사람』 『순복』. 저서 『한용운과 휘트먼의 문학사상』 『문학과 종교의 만남』 등. 현재 숭실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 미국 시애틀 형제교회 실버대학(HJI) 시 창작 교수.
*역대 수상자: 제1회 고창수, 제2회 김여정, 제3회 양채영, 제4회 유경환, 제5회 박현령·고정애, 제6회 김동호·정호정, 제7회 성찬경, 9회 정대구·이보숙, 제10회 윤강로·윤문자. 제11회 김학철·노혜봉. 제12회 이정웅·최금녀. 제13회 한기팔·유봉희. 제14회 정영숙·장덕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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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서정시의 따뜻한 두 시각
금년도 수상자인 하영과 김영호 시인은 이 글을 쓰는 사람과 오랜 친분이 있는 분들이다. 하영 시인은 마산에 거주하시는 분으로 문학아카데미 초기시절부터 나와 얼굴을 익힌 분이고 김영호 시인은 숭실대학교 영문과 교수시절 나를 통하여 우리 시단과 인연을 맺게 된 시인이다. 어찌 보면 전혀 낯설지 않은 가족 같은 사이라 하겠다. 그러면서도 직접 대면은 뜸하고 먼 사이다. 그것이 이번 수상하신 두 시인의 평을 쓰는 나를 더 기쁘게 하는 소이라 하겠다.
하영 시인의 작품 「명화 한 점」 외 2편과 김영호 시인의 「머킬티오도서관의 사계」 외 2편이 금년도 수상작이다.
하영 시인의 작품은 따뜻하다. 오늘의 한국시단은 수많은 시인들이 활발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지만 매달 발표되는 시를 읽다 보면 좋지 않은 시들이 너무 많고 또 오늘의 시점에 맞지 않은 이해 못할 별별 이름을 붙인 시들이 너무 난무하는 현실이다. 감국 몇 송이 넣고 끓인 차로 인해 유년시절과 사서삼경을 읽으시던 할아버지가 떠오르고 국화꽃 따 꽃베개를 만들어 주신 어머니를 기억하는 온기 넘치는 장면들은 한국화의 한 장면임에 틀림없다. 그 장면이 하나의 잊을 수없는 풍경이나 추억으로 끝나지 않고 시적 화자에 의해 영원히 남는 명화가 되는 점도 유의해 볼 일이다.
김영호의 「머킬티오도서관의 사계」의 머킬티오는 시인이 정년하고 시애틀에 가서 사는 소도시의 시립도서관이다. 시인은 거주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로컬리티를 잘 나타낸 작품이다. 김영호 시인은 대학에서 영시를 가르친 시인이면서도 발표하는 작품은 상당히 한국적인 발상이 많았는데 놀랍게도 미국에 사는 동안 시가 미국적인(글로벌한) 발상이 되었다고나 할까. 시가 경쾌하면서도 디즈니랜드를 연상시키는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고 인간과 자연의 합일과 유쾌한 상상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머킬티오도서관이 문학의 숲이고 여기서 바이런, 랭보, 괴테를 만나며 “비가 내리는 겨울, 더글러스 자작나무가 들어와/ 벽난로 앞에서 책을 읽다가 코를 곤다./ 창밖에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시인 프로스트가 흰 버버리코트를 입고 풀밭을 걷는다”는 상상력은 우리를 즐겁게 만들면서도 조용한 사색에 잠기게 한다. 이 또한 우리들 인생을 따뜻하게 하는 시가 아니겠는가. 두 분 시인의 따뜻한 시각에 대하여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고창수, 강우식(글), 박제천, 김여정
<김영호 시인 수상소감>
수상소식에
별이 내려와 포옹을 했다.
.
바다가 새로 출간한 시집을 보내왔다.
개구리가 두 귀를 만져주었다.
돌맹이가 키스를 했다.
우주가 누드로 포옹을 했다.
부족한 작품을 선정해주신 시인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김영호 수상작]
머킬티오도서관의 사계四季 외 1편
머킬티오도서관*은 내가 출근하는 문학의 숲이다.
이 숲속에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설레임을 갖는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이 숨을 쉰다.
에머슨 소로우 휘트먼이 산책을 하고
바이론 랭보 괴테가 자작시를 낭송하며
타골 만해 윤동주가 명상 기도를 한다.
문향이 짙은 이 숲에선 사랑하는 힘이 솟아난다.
슬픔과 고뇌도 새의 악보로 구워 나온다.
나 자신의 맑은 혼이 대화를 걸어온다.
한 권의 책이 신을 만나 경배하게 하는 자연이다.
비가 내리는 겨울, 키 큰 더글러스 전나무가 들어와
벽난로 앞에서 책을 읽다가 코를 곤다.
창밖에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시인 프로스트가 흰 버버리코트를 입고 풀밭을 걷는다.
4월이면 시집 속의 시인들이 화단의 꽃들로 피어난다.
5월이면 철죽꽃이 로빈새와 들어와 함께 시를 쓴다.
9.
글을 쓰는 사람의 얼굴이 고목에서 나온 새싹 같다.
포옹
도서관 창 밖
빨갛게 만개한 철쭉꽃
그 꽃을 오래 바라보니
그 꽃도 나를 오래 바라보았네.
따뜻한 눈길의 철쭉꽃
그 꽃눈을 오래 바라보니
그 꽃이 안으로 들어와
포근하게 안겨 주었네.
긴 포옹… 내 몸 속에서 혁명이 일어났네.
청춘이 탱크를 몰고 들어 와
멜란콜리*를 폭파시켰네.
긴 포옹… 내 몸 속에 새 공화국이 세워졌네.
멜란콜리 적군들의 피로 물든 벌판에서
사랑에 취한 시민들이 축포를 쏘아 올렸네.
온 몸에 철쭉꽃이 피었네.
우주가 철쭉 꽃밭이 되었네.
내 몸이 우주가 되었네.
*멜란콜리(Melancolly): 우울.
시애틀의 사월
시애틀의 사월은 시詩의 달이다.
연인들이 숲속으로 들어가 산책을 하고
철쭉꽃으로 걸어 나와 시가 된다.
벚꽃들이 호숫가를 걷다가
화가의 머리 위에 앉아 시가 된다.
야생화로 피어나 벌 나비에게 시를 가르친다.
나뭇가지 위에 청개구리들이 매달려
연못 속의 애인들에게 구애의 보이스톡을 보낸다.
시애틀의 사월엔 모두가 시인이 된다.
바닷가 조약돌들이 사람 손 안에 파도시를 쓰고
갈매기들 유람선 고동소리를 물어
창공에 흰 구름 시를 쓴다.
사과나무들 색동옷 입고
새 엄마가 끄는 유모차 속으로 들어가
동요를 부른다.
겨우내 가장 외롭던 새가
가장 맑은 소리로 사랑의 시를 낭송한다.